소송이 진행되던 도중 상대방이 갑자기 결정적으로 보이는 계약서나 차용증, 확인서를 제출합니다. 거기에는 이쪽의 서명이나 인장이 찍혀 있는데, 정작 본인은 서명한 적도 없고 기억조차 없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의뢰인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본 민사소송법상 서증은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증거력이 확정되지 않습니다. 그 문서가 명의인에 의하여 진정하게 작성된 것인지 자체가 다툴 수 있는 사항이며, 실무상 그 지점에서 뒤집히는 사건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하 일본법에 근거하여 다투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1. 문서의 진정성립 — 서명 또는 날인에 의한 추정과 이를 깨뜨리는 길
일본의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서증의 기재 내용을 곧바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먼저 그 문서가 명의인에 의하여 작성된 것임이 확인되어야 하며, 이를 문서의 진정성립이라고 합니다. 사문서에 관하여 일본 민사소송법 제228조 제4항은 본인 또는 그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실무는 여기에 한 단계를 더 얹은 이른바 이단(二段)의 추정을 인정합니다. 문서에 찍힌 인영이 본인의 인장에 의한 것이면 그 날인이 본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사실상 추정하고, 이어서 위 조항에 따라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며 뒤집을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인장을 타인이 보관하고 있었던 경우, 인장이 도용되거나 무단으로 사용된 경우, 백지에 미리 날인해 둔 것에 나중에 내용이 기재된 경우 — 이러한 사정을 법원이 의문을 품을 정도로 드러낼 수 있다면 첫 단계의 사실상 추정이 흔들립니다. 다투는 힘점은 인영 자체가 진짜인지가 아니라, 그 날인이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인지에 있습니다.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2. 위조가 의심될 때 살펴야 할 사항
- 작성일자와 용지·서식·인장의 정합성 — 문서에 적힌 날짜 당시 그 회사가 이미 그 서식의 용지를 쓰고 있었는가. 날인된 인장은 그때 이미 새겨져 있었는가, 그 후에 다시 새기지는 않았는가. 회사명, 소재지, 전화번호의 표기 방식이 당시의 명함이나 서신과 일치하는가.
- 문서의 보관 경위 — 그토록 중요한 문서를 왜 이제야 제출하는가. 원본은 어디에 있는가. 누가 어떤 방법으로 보관하였는가. 경위에 관한 설명이 모호하다는 사정 자체가 하나의 의심스러운 징표입니다.
- 다른 증거와의 모순 — 같은 시기의 전자우편, 팩스, 회계장부, 송금기록, 일정표가 그 문서의 기재와 양립하는가.
- 당시 사실관계와의 어긋남 — 문서에 적힌 날짜에 그 당사자가 국내에 있었는가. 기재된 직함이 당시에 존재하였는가. 기재된 금액이 그 무렵의 거래 규모에 걸맞은가.
3. 필적감정과 인영 대조의 한계
위조를 의심하는 당사자는 곧바로 필적감정을 신청하고 싶어 합니다. 다만 그 한계를 먼저 알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필적감정의 결론은 개연성의 판단인 경우가 많고, 감정인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일도 드물지 않으며, 특히 당사자가 사적으로 의뢰한 감정에 대하여 법원은 증명력 평가에 신중합니다. 인영의 대조에도 별개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존의 인영을 전자적으로 복제하여 만든 문서라면 형식적으로 일치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므로, 대조 결과가 이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승패를 감정 하나에 걸어서는 안 됩니다. 감정은 보강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앞 항에서 든 간접사실들과 함께 제출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4.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
위조의 흔적은 대체로 이쪽이 스스로 구할 수 없는 자료 속에 있습니다. 일본의 민사소송에는 다음과 같은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 문서제출명령 — 상대방이나 제3자가 가지고 있는 문서에 대하여 법원에 제출을 명하도록 신청할 수 있습니다. 원본의 제출이나 같은 시기에 작성된 다른 문서의 제출을 구하는 것이 결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 문서송부촉탁 — 법원이 은행, 관공서, 의료기관 등에 그가 보유한 문서를 보내도록 촉탁하는 절차입니다.
- 조사촉탁(사실조회) — 법원이 공사(公私)의 단체에 필요한 사항의 조사와 보고를 촉탁하는 절차입니다.
- 변호사회 조회 — 일본 변호사법 제23조의2에 따라, 변호사가 소속 변호사회를 통하여 특정 사항에 관하여 공사 기관의 회신을 받는 제도입니다.
5. 개별 증거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검증한다
증거를 하나하나 따로 다투는 방식은 힘이 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방의 주장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놓고 시간의 순서, 동기, 행동의 자연스러움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왜 하필 그 시점에 이 문서를 만들어야 했는가. 그 뒤에 이 문서에 근거한 행동이 왜 하나도 보이지 않는가. 몇 해가 지나도록 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는가. 모순은 저마다 사소하더라도 쌓이면 그 문서에 대한 법원의 심증이 흔들립니다. “이것은 위조다”라고 단언하기보다, “상대방의 말대로라면 다음 사정들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짚는 편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형사 문제에 관하여는 한마디 유의가 필요합니다. 위조가 의심되면 곧바로 형사 고소를 하고 싶어지지만, 사문서위조죄의 성립 요건은 엄격하며 민사소송에서 내용이 사실과 다른 문서를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민사 절차 중에 형사 책임을 앞세워 압박하면 오히려 불리한 심증을 부르거나 별개의 분쟁을 낳을 수 있습니다. 형사상의 대응은 민사 절차에서 증거가 어느 정도 쌓인 뒤에 따로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6. 맺음말
결정적으로 보이는 서증이 나왔다고 하여 곧바로 단념할 일은 아닙니다. 문서의 진정성립은 다툴 수 있고 추정에도 깨뜨릴 길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한정된 실마리에서 그 문서를 믿기 어렵게 만드는 간접사실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작업이며, 그것이 바로 변호사의 몫입니다. 일본 밖에 계신 분도 전자우편과 화상회의로 위임과 자료 검토를 진행할 수 있으며, 한국 법무법인을 통한 문의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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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레이와 8년(2026년) 8월 시점의 일본 법령 및 실무에 근거한 일반적인 설명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특정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